[책] 오은영의 화해
'오은영의 화해' 중에
밑줄 친 문장이 너무 많다.
몇 편의 TV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느낀 그녀의 따뜻한 눈과 부드러운 말투가 그대로 이 책 속에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남편과 시부모님을 자주 떠올렸다.
조심스럽게 고백하지만 나는 시부모님을 보며 아들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자주 생각했다.
시부모 앞에서 주눅든 남편이 안쓰러워 가끔 억울하기도 했다.
나는 함께 해보지 못한 그들만의 세월을 온전히 알 수는 없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마음속 어딘가 한구석, 작은 소리라도 들을 수 있어 다행이고 고마웠다.
가족 모두가 같은 모습이 아님을, 살아가는 방식이, 사랑하는 방식이 제각기 다름을 좀 더 온화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또 나에게는 이 세상에서 제일이었던 어린 시절의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 어머니도 떠올랐다.
부모님과의 따스했던 경험, 소박하고 즐거웠던 추억들이 많았고 가슴 벅찬 느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며 새삼 눈물이 났다.
대학에 진학해서 집을 나와 살기 전까지 아버지가 출장을 가신 날이면 나는 어머니와 함께 잤다.
침실 침대에 누워 창밖으로 비친 보름달이 정말 아름답다며 함께 보기도 했고, 밤늦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기도 했다.
엄마와 함께 캠퍼스를 거닐다가 엄마가 주워준 단풍잎을 법전 사이에 끼워 놓았는데 얼마 후 우연히 발견하고 둘이서 기뻐했던 기억,
어느 날 집에 와서 실컷 낮잠을 자고 있는데 자꾸 구름이 예쁘다고 같이 보려고 나를 깨운 엄마를 이기지 못하고 중얼중얼 베란다에 나갔다가 산에 오래 걸려 있는 구름이 신기해서 그제서야 눈을 뜨고 나란히 앉아 종을 울리며 구름을 구경했던 기억,
엄마와 팔짱을 끼고 다리가 아플 때까지 즐겁게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쇼핑을 했던 기억,
여름밤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부모님과 손을 잡고 온 가족이 18번 노래를 불렀던 기억,
그리고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떠오르는, 부모님이 산타클로스, 산타클로스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동생과 함께 부둥켜안고 눈물바다를 만들었던 13살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억...
돌이켜보면, 나를 살게 하는 "소소하고 아름다운 추억"들은 정말 많이 있었다.
엄마가, 아빠가 나와 동생을 우리를 그렇게 키웠어.그 일이 고마워서 책을 읽다가 뚝뚝 눈물이 났다.
무심하게도 일찍 어머니와 헤어져 버렸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말씀과 어머니의 온기는 아직도 나를 지탱해 주는 가장 큰 힘이자 격려다.
오은영 선생님의 말이 맞다.
부모님과의 따스했던 기억, 훗날 이렇게 떠올리며 눈물이 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조각들이 모여 나를 되살린다.
엄마, 아빠
살아가면서 평생을 꺼내 써도 좋을 만큼 많은 추억과 깊은 사랑을 선물해 준 부모님의 딸로 태어나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낳아주시고 이렇게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부모님이 주신 사랑보다는 못하지만 제 마음을 다해 부모님을 사랑합니다.